초속 5센티미터 - 그리운 그 감정

초속 5센티미터는 1시간 정도 분량의 짧은 작품으로 세 개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다.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을 중심으로 청소년기, 성인이 된 후의 심정을 서정적인 면에 집중하여 전개된다. 스토리보다는 눈을 떼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화면이 인상적이었다.

 

초속 5센티미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

작품 속에서 초속 5센티미터는 벚꽃이 바람에 떨어지는 속도를 뜻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것은 아카리가 타카키에게 하는 말로 실제 벚꽃은 그보다는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서정성이 강조된 작품의 특성상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보다는 초속 5센티미터라는 말 안에 담긴 분위기나 낭만적인 측면이 중요한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벚꽃 이야기는 타카키와 아카리의 초등학교 때의 첫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둘 다 전학생이면서도 성격이 비슷해서 단짝처럼 지낸다. 특히 독서라는 공통된 취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을 매개로 더 많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아카리의 전학으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벚꽃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중학생이 된 후 타카키가 아카리가 있는 곳까지 가는 여정에 대한 것이다. 타카키도 가고시마라는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그전에 얼굴을 보기 위한 약속이었다. 둘은 3월 4일 아카리가 있는 이와후네 역에서 7시에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설로 타카키는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역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작품은 폭설로 열차 지연이 생겨 약속 시간에 늦게 되어 애타는 타카키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배경이 핸드폰이 보급되기 전인 1994년이라 두 주인공은 편지의 약속만 믿고 약속 장소로 향했던 것이다.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날 것이지만 타카키는 갈 수밖에 없었고 아카리는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은 요즘에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더욱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열차 안에서 계속 지연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오고 수시로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장면으로 타카키의 불안한 심정이 잘 느껴졌다. 또한 처음에는 열차 안에 사람들이 많았지만 뒤로 갈수록 점차 승객이 줄어 결국 주인공 혼자만 남겨진 상황도 길고 초조한 여정을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결국 막차가 끊긴 시간이 되어서야 두 주인공은 약속 장소에서 만나게 되고 타카키를 오랫동안 지배하게 될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코스모너트, 초속 5센티미터

첫 번째 이야기인 벚꽃 이야기 뒤로 2부 코스모너트와 3부 초속 5센티미터가 나온다. 코스모너트는 카나에라는 소녀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카나에는 타카키를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소녀이다. 실제의 타카키의 심정은 알 수 없으나 카나에의 관점에서 본 그는 친절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청소년이 된 타카키는 직접적으로 아카리를 언급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신인이 없는 문자를 쓰는 습관이나 자주 등장하는 아카리의 잔상으로 타카키의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결국 타카키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과 절대로 자신을 봐주지 않을 것을 확신한 카나에는 고백을 포기하고 만다.

 

3부인 초속 5센티미터는 성인이 된 타카키가 등장한다. 그는 무기력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듯하다. 반면 아카리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타카키와의 일은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둘은 우연히 열차 건널목에서 마주치고 순간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때 마침 유난히 긴 시간 동안 열차가 지나간다.

 

3부는 타카키와 아카리의 내레이션이 교차되고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라는 노래가 뮤직비디오처럼 펼쳐진다. 노래의 가사가 작품의 상황이랑 너무 맞아떨어져서 처음에는 초속 5센티미터를 위해 작곡된 음악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리고 중독성이 강한 음악이 끝날 무렵 나오는 엔딩 장면은 특별한 사건이 없는데도 긴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