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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 영원한 붕괴

by qkekquf 2022. 7. 8.

영화 헤어질 결심은 고전적인 성격의 두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 사랑 영화이다. 강력계 형사와 사망한 남편의 아내가 피의자 신분으로 만나는 것에서부터 둘의 인연이 시작되기에 시종일관 긴장되지만 다 보고 나니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가 또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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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사랑은 무너지고 깨어지는 것

영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은 처음 봤을 때부터 서로 이끌린다. 특히 초반에는 꼿꼿한 강력계 형사 해준의 흔들림이 부각된다. 그는 피의자 신분인 서래를 심문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려간다.

 

취조실에서 심문을 할 때도 그녀의 취향이나 선택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또한 심문 중 둘이 마주 보고 초밥을 먹는 장면은 평범한 연인들의 데이트와 다를 점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친절한 형사 해준의 배려와 따뜻함에 이끌려 서래 또한 그를 좋아하게 된다.

 

결국 동료 형사 수완이 서래를 끝까지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해준은 사랑에 눈이 멀어 잘못된 판단을 하고 만다. 그리고 둘의 마음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진행된 후에 그 실수를 발견한 해준은 절망하고 만다. 그때 서래에게 자신은 붕괴되었다고 말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서래는 이때 붕괴란 뜻을 검색해보고 그것이 무너지고 깨어진다는 뜻이란 것을 알게 된다. 서래는 해준이 사실을 알게 되어 화를 내는 것보다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해준이 화를 내며 하는 말에서도 진심을 찾아내고 간직한다.

계속되는 해준의 붕괴

첫 번째 사건 후 두 주인공은 잠시 만나지 못나고 그 사이 해준은 불면증이 심해졌다. 또한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두 번째 결혼을 한 서래는 이번에도 순탄치 못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안개가 유명한 이포라는 도시에서 만나게 된다.

 

두 주인공이 재회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해준은 똑바로 보지 못하는데 처음과는 대조적으로 서래를 가엾게 여기는 동료의 반대편에서 그녀를 무조건 범인으로 몰아가려 한다. 서래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번에는 비싼 초밥이 아닌 핫도그 하나가 식사였던 장면에서 씁쓸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해준이 서래에게 겉으로는 불친절해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은 명백해 보였다. 또한 그 진심을 서래는 알고 있고 당시 해준은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결국 또 서래에게 끌려가는 해준은 계속되는 붕괴에 직면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쯤 가게 되면 혼란스러운 해준과 어떤 결심을 한 서래가 대조된다. 서래는 사랑의 고백이 담긴 해준의 목소리로 힘든 삶을 버텨왔지만 그의 미결 사건을 대하는 방식을 알고 있기에 자신도 그에게 영원히 남는 것을 택하게 된다.

영원히 붕괴될 남은 자

영화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서 바로 제목이 까만 스크린에 하얀 글씨로 나타나는데 그때 약간 소름이 돋았다. 서래의 결심이 결국 자신의 사랑을 영원히 지키기 위한 것이었고 그것은 해준과 절대 헤어지지 않겠다는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래가 그녀를 너무 사랑하면서도 안개처럼 혼란스러운 해준의 마음이 정리되기도 전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둘의 사랑의 방식을 결정해버린 것은 남은 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영원히 붕괴될 해준의 모습이 그려졌다.

 

세상에서 가장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일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못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붕괴로 채워질 해준의 남은 시간들이 염려되었다. 하지만 둘의 사랑이 안타깝기만 하지 않은 것은 서래와 해준의 품격 있는 관계가 떠올라서였다. 둘은 말 한마디에도 진심과 배려가 있었고 가끔은 웃음도 있었다. 서로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절절하게 사랑했던 두 주인공의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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