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s

스펜서 매혹적인 심리 여행

by qkekquf 2022. 7. 26.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스펜서를 보았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다이애나 하면 떠올려지는 장면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 대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름다움을 통해 다이애나의 복잡한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 매혹적인 심리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이애나-왕세자비가-붉은-옷을-입고-진주-목걸이를-한-모습
영화 스펜서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

영화 스펜서는 실존 인물인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 바탕의 이야기이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스펜서는 다이애나가 결혼 하기 전의 성이다. 1981년 스무 살의 다이애나는 자신보다 13살 많은 찰스 왕세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찰스는 결혼 전부터 연인 관계에 있던 카밀라라는 여성이 있었다. 어린 다이애나는 남편에 대한 배신과 억압된 왕실 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겨우 끝내고 이혼했지만 1년 후에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또한 영화 속에는 다이애나가 자신과 동일시하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였던 앤 불린이라는 여성이다. 앤 불린은 첫 번째 왕비의 시녀로 헨리 8세가 아들을 못 낳는다는 이유로 첫 번째 왕비와 혼인 무효화를 한 후에 결혼한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의 왕비로서의 삶은 3년밖에 지속되지 못한다. 헨리 8세는 앤 불린도 아들을 낳지 못하고 사랑이 식어버리자 그녀의 시녀로 있던 제인 시모어와 결혼할 결심을 한다. 그리고 앤 불린에게 누명을 씌워서 참수까지 시키고 제인 시모어와 결혼한다.

영화 스펜서 속 다이애나는 앤 불린의 비극적인 삶을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여기는 걸로 나온다. 그래서 다이애나가 극도로 불안할 때 또는 결정적인 감정의 순간에 앤불린의 환영이 등장한다. 또한 다이애나가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내연관계에 있는 카밀라를 제인 시모어라고 언급하는 장면도 나온다.

3일간의 심리극

영화 스펜서는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3일간 왕실 가족의 모임에 참석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감정을 집중적으로 따라가는 영화이다. 다이애나는 직접 운전을 하여 모임 장소인 샌드링엄 별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중간에 길을 잃고 카페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향해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다. 사실 그곳은 다이애나의 어릴 적 살 던 동네로 샌드링엄 별장 옆에는 그녀가 자랐던 폐허가 된 친정집까지 있는 곳이다.

영화 내내 다이애너의 어쩔 줄 모를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 불안은 자신이 어릴 적 살던 동네를 떠올리지 못할 정도이고 왕실 가족들과의 식사자리에서는 당장에라도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까지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도와줄 방법을 찾지 못한다. 다이애나 또한 이런저런 생각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지내보고 싶지만 어려운 것 같다.

자신과 맞지 않는 왕실 생활과 남편의 불륜과 그를 묵과하는 왕실 가족들에 대한 배신이 그녀를 숨 막히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현실의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과거의 다이애나 스펜서의 모습을 틈틈이 보여준다. 또한 왕실 가족이 모여있는 샌드링엄 별장 근처에 있는 다이애나의 어릴 적 친정집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나온다. 다이애나는 폐허가 되어 출입이 금지된 친정집에 들어가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결국 나중에는 그 안에 들어가서 결정적인 결심을 하게 된다.

매혹적인 심리 여행

영화 스펜서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통해 다이애나의 심리를 여행하는 매혹적인 영화이다. 일단 외모부터 목소리, 말투, 몸짓, 표정 등이 실제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닮았다기보다는 진짜 그녀 같았다.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아름답고 여린 외모 또한 계속 감탄이 나오게 하는 부분이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외적인 아름다움만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매개로 끌어들여 다이애나의 여리고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온전히 전달한 것 같다.

영화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심리 자체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고 나름대로 소리도 내고 존재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을 받았다. 다이애나가 겪었을 답답한 심정이 실제로 와닿는 연출이었던 것 같다. 다들 눈앞에 있고 한 공간에 있고 때로는 대화도 하지만 저 멀리 있는 것 같은 거리감을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다. 영화 속에서 다이애나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고 교감을 느낀 사람은 두 아들과 의상 담당자인 매기, 왕실 셰프 대런뿐인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도 다른 등장인물들은 직접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영화 스펜서는 많은 은유들이 나온다. 일단 영화 첫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는 도로 위에 죽어있는 꿩은 계속 다이애나 자신이 투영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중에 왕실의 관례대로 꿩 사냥을 하는 장면에서 다이애나가 결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때 다이애나가 허수아비에서 벗겨낸 아버지의 코트를 입고 등장하는데 이 코트 또한 다이애나가 스펜서로 돌아가는 매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또한 장소가 바뀜에 따라 함께 바뀌는 번호판, 왕실의 명령에 따라 꿰매진 커튼 또한 인상적이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스펜서는 특별한 사건 없이 오로지 주인공의 내면에 집중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실제 했던 그녀의 삶을 토대로 특정한 3일간의 심리 변화를 집중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런데도 아쉽다거나 모자라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설명이 거의 없는데도 주인공의 불안정하고 여리고 답답한 마음과 왕실을 나오겠다고 결심하는 그 여정이 절실하게 와닿았다. 행사에 따라 바뀌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의상을 보는 재미도 있었고 그녀의 심리를 따라가는 음악 설정도 의미 있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