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플리의 첫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자신을 지우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영화가 끝날 무렵에도 하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니 처음부터 주인공 톰은 자아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아무도 되지 못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리플리 / The Talented Mr. Ripley, 1999
개봉 : 2000년 3월 4일
감독 : 앤서니 밍겔라
주연 : 맷 데이먼(톰 리플리 역), 기네스 팰트로(마지 셔우드 역), 주드 로(디키 그린리프 역)
그 재킷을 입지 않았더라면
영화 리플리의 주인공 톰은 낮에는 호텔 보이,밤에는 피아노 조율사로 일하고 있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하는 톰은 팔이 부러진 피아니스트를 대신해서 그의 프린스턴 대학 재킷을 빌려 입고 파티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린리프라는 선박 부호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톰을 그의 아들과 같은 프린스턴 대학을 나온 것으로 오해하게 되어 인연을 맺게 된다.
그린리프는 이탈리아에 있는 자신의 아들 디키를 데려와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톰에게 계약금까지 전해준다. 돈까지 받으며 유럽 여행을 하게 된 톰은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디키에게 접근하고 재즈를 매개로 친해진다. 톰은 디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그의 아버지의 부탁으로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디키는 단칼에 거절한다.
디키는 여자 친구 마지와 함께 매일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여자 친구 외의 다른 여자들과도 거리낌 없이 지내며 자유분방하기만 한 디키의 모든 것에 톰은 생각할 틈도 없이 빠져 든다. 점점 톰은 디키에게 우정 이상의 호감을 느끼며 그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
디키가 되기로 한 톰
반면 디키는 톰이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디키의 아버지도 아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톰에게 자신의 아들을 설득하는 일을 그만하자고 한다. 하지만 톰은 이미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디키와의 이별을 두려워한다.
디키는 프레디라는 자신과 같은 상류층 친구를 만난 후로 더욱더 톰을 멀리하고 비웃기까지 한다. 그리고 디키는 톰을 떼어놓을 생각으로 마지막 이별여행이라며 단둘이 보트를 탄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달랐던 둘은 말다툼을 시작하고 계속되는 디키의 비난으로 톰은 디키를 해치고 만다.
이 사건 후 톰은 디키가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여 톰 리플리이면서 동시에 디키 그린리프로 살아간다. 톰은 타자기로 편지를 쓰던 디키의 습관을 이용하여 지인들에게 편지를 쓴다. 또한 디키의 서명을 위조하여 그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조달받기도 한다.
계속되는 거짓말
톰은 디키 명의로 집도 빌리고 옷도 맞추며 상류층 생활을 누리며 상류층 집안의 딸 매러디스의 호감도 얻는다. 하지만 디키를 찾아온 그의 친구 프레디의 의심을 받자 추가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디키의 가짜 유서를 만들어서 상황을 모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키의 여자 친구 마지의 의심을 받고 그녀까지 해칠 결심을 하지만 때마침 등장한 피터 때문에 실패한다. 디키의 아버지는 사건의 실체를 알기 위해 사립 탐정을 고용하는데 이번에도 톰은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디키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보다 톰을 더 믿으며 그에게 감사인사까지 전한다.
이제 운이 좋게 모든 난처한 상황을 다 빠져나온 톰은 가벼운 마음으로 피터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톰은 그곳에서 자신을 디키로 알고 있는 매러디스를 만나고 정체를 들킬까 봐 피터까지 해치게 된다. 톰도 피터는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보다는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톰이 자신을 사랑했다면
영화 리플리의 주인공 톰은 피아노 조율사, 호텔보이 등의 일을 하며 늘 바쁘지만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사랑했다면 스스로의 힘으로 행복을 얻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톰은 한 번도 자신을 사랑했던 적도 없고 자아를 가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몸은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으나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처음 접하는 매혹적인 디키의 삶에 이성이 작용할 틈도 없이 빠져들어 버렸다. 톰이 조금 더 지혜로웠다면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망치기보다는 스스로 그런 삶을 얻기 위해 노력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모든 선택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바보 같은 선택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얼핏 보면 톰의 행동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너무 하찮게 대한 결과로 느껴져서 더욱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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