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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기 - 당신이 구덩이에 빠졌을 때

by qkekquf 2022. 6. 27.

영화 메기는 마리아 사랑병원의 간호사 여윤영을 중심으로 의심을 매개로 한 에피소드들이 기발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 독립영화는 심오한 주제를 발랄하게 보여주는데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선 해야 할 일은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란 메시지가 특히 와닿았다.

 

영화-메기-포스터-주인공들이-함께-자전거를-타는-모습
영화 메기

 

의심의 에피소드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마리아 사랑병원의 엑스레이실에서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이 몰래 찍힌다. 그리고 간호사인 주인공 윤영은 그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에 빠지고 부원장의 의심을 받는다. 다음 날 윤영과 부원장을 제외한 병원 직원들 모두 출근을 하지 않는다. 부원장은 회사 직원들을 의심하지만 윤영의 아이디어로 다시 믿음을 되찾게 된다.

 

윤영의 남자 친구 성원은 갑자기 발생한 싱크홀들을 메꾸는 일자리를 얻는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잃어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백금 반지를 찾는데에 온 정신을 몰두하게 된다. 동료 두 명과 함께 그 반지를 찾다가 그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 계속 반지를 같이 찾자고 재촉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한다. 그리고 동료 중 한 명의 발가락에 낀 반지를 보고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의심이 확신이 되고 만다.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 친구인 지연을 만난다. 그리고 지연으로부터 성원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마는데 윤영은 그 생각에 끝없이 몰두하게 된다. 성원이 전 여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행사했고 그 충격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얘기였는데 그것을 들은 후 윤영은 성원을 의심하게 되고 그 의심은 계속 확대되어 간다.

믿음에 관한 이야기

영화 메기는 의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믿음에 관한 이야기기도 하다. 만약 병원 부원장과 직원들 간의 믿음이 있었다면 각자의 사정으로 결근을 한 직원들에 대해 부원장은 불쾌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날까지도 서로를 믿지 못하던 윤영과 부원장은 직원들이 모두 결근을 한 후 다시 믿음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사이가 돈독해지기도 한다.

 

또한 부원장이 어렸을 때 황당하고 기이한 일로 친구들로부터 의심을 받고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은 것은 그들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떻게 말해도 의심할 사람들은 계속 의심할 것이라 생각했다는 대사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성원이 자신의 동료가 반지를 훔쳤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되는 것도 정황상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 애초에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주인공 윤영을 괴롭게 만든 의심은 남자 친구 성원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에게는 다정하고 순하기만 한 그가 전 여자 친구에게 폭력을 가했을 것이란 의심은 그에 대한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믿음이 있었다면 그에게 직접 바로 물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의심은 불안을 증폭시켜서 그의 모든 행동을 확대 해석하게 만든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영화 메기에서 각자의 인물들이 새로 생긴 의심을 매개로 하는 고민들이 사람 사이의 관계의 불안에서 오는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의심할 만한 어떠한 작은 정황만 생겨도 바로 불쾌해지고 그 의심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심이던 불안이던 어떠한 고통에 빠졌을 때 그게 구덩이라고 치면 그 구덩이를 얼른 빠져나와서 생기 있는 삶을 다시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구덩이에 현재 자신이 빠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까 싶다.

 

몰두하고 있는 현재의 고민과 고통이 어쩌면 구덩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너무 늦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싶다. 빨리 깨닫고 빠져나오거나 누군가 옆에서 그걸 깨우쳐줘서 건져준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평생을 구덩이를 더 깊고 넓게 파는 작업만 하다가 생이 끝나기도 하는 것 같다.

익숙함을 낯설지만 매력 있게 만들다

영화 메기의 모든 이야기는 사실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이 너무 기발하고 신선해서 매력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전 여자 친구를 만나는 장면에서 공항 근처인 듯 황량한 곳에서 새 두 마리와 함께 연출되는 장면은 비밀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병원이나 부원장의 왕진 가방은 굉장히 빈티지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육교 위를 걷는 성원의 모습은 만화스럽기도 하고 예술영화를 보는 것 같은 낯선 매력도 있었다. 그리고 브로커를 먼저 봐서인지 배우 이주영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반가웠고 구교환이나 뜻밖의 문소리, 던밀스의 모습도 어딘가 낯설지만 굉장히 반가웠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내레이션을 이끄는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병원 환자가 기르는 메기로 그 목소리 또한 물고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예쁘고 차분한 느낌인데 배우 천우희의 목소리이다. 곳곳의 유머 코드 또한 심오한 주제를 발랄하게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만 생각해볼 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이다.

 

메기 Maggie, 2018
개봉 : 2019년 9월 26일
감독 : 이옥섭
주연 : 이주영(간호사 여윤영 역), 문소리(부원장 이경진 역), 구교환(윤영의 남자 친구 이성원 역), 천우희(메기 목소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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