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s

영화 마더 - 안타깝지만 비난할 수 없는 모정

by qkekquf 2022. 7. 2.

영화 마더는 김혜자란 배우의 최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늘하고 긴장되는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숨 막히는 분위기를 끌어가는 그녀의 표정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익숙한 배우의 연기임에도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더-포스터-김혜자가-원빈의-옆얼굴을-바라보는-모습
영화 마더

마더 / Mother, 2009
개봉 : 2009년 5월 28일
감독 : 봉준호
주연 : 김혜자(혜자 역), 원빈(도준 역)

아들을 구해야 하는 엄마

영화 마더는 시골마을에서 약재상을 하며 아들을 홀로 키우는 엄마가 나온다. 엄마는 작두를 이용해서 약재를 자르면서도 온 신경이 아들 도준에게 가 있다. 그렇게 엄마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도준은 지나가던 차량의 백미러에 부딪치고 만다. 놀란 엄마는 작두에 자신의 손가락이 베어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도준의 피인 줄 알고 놀란다. 이 장면만 봐도 어딘지 모르게 엄마의 애정이 과잉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준에게는 진태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복수를 한다며 도준을 치고 간 차량을 쫓아서 골프장까지 찾아간다. 결국 둘은 난동을 피워서 차량 주인과 경찰서까지 가고 진태가 부순 백미러 값을 도준이 대신 뒤집어써서 물어주게 된다. 그리고 도준은 골프장에서 주운 골프공에 자신의 이름을 써놓고 가지고 다닌다.

 

어느 날 도준은 진태를 만나려고 술집에서 한참 기다리지만 만나지 못하고 잔뜩 취한 채로 귀가하게 된다. 그리고 도준은 귀가 길에 문아정이라는 여고생을 보고 뒤를 쫓으며 추근댄다. 그 과정에서 여고생에게서 커다란 돌이 날아오고 도준은 당황하다가 집에 돌아온다. 그런데 다음 날 여고생은 도준과 헤어진 폐가 옥상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다음 날 도준이 여고생을 뒤쫓아갔다는 목격담,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그의 이름이 쓰여있는 골프공이 단서가 되어 그가 범인으로 체포된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이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 엄마는 진짜 범인을 잡기 위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비틀어진 모정

영화 마더에서 아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할 것 같은 엄마는 동네에서 가장 비싼 변호사를 고용한다. 하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두 모자를 도울 생각이 없는 듯하다. 엄마는 할 수 없이 자신이 직접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다. 그리고 처음에는 진태가 범인일 것으로 오해하여 경찰서에 그가 숨긴 골프채를 증거로 넘기지만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진태는 자신을 범인으로 오해한 엄마에게 섭섭함을 느낀다며 위자료를 받아내지만 동시에 도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돕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여고생에 대한 비밀과 관련된 일들을 알게 된 엄마는 여고생이랑 함께 살던 치매 할머니한테 단서가 될 핸드폰을 받아내기까지 한다.

 

한편 기억력이 유난히 좋지 않은 도준은 엄마의 요청대로 사건이 있던 날 밤의 상황을 자세히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그러다가 엄마가 가져온 여고생의 핸드폰 속 고물상 노인이 현장에 있었다고 말한다. 엄마는 고물상 노인을 찾아가서 아들의 누명을 벗길만한 단서를 찾으려고 하지만 예상 밖의 반전이 있었다. 그리고 당황한 엄마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어리석은 모정에 대한 안타까움

영화 마더는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있는 모정을 극한 상황으로 내몰아서 어떻게 변질되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 현실에서도 영화에서 처럼 강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자식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엄마들은 객관성을 잃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러한 강하고 끔찍한 서사가 있는 영화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다고 느껴서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도준의 아리송한 표정이나 행동과 말들은 영화를 보는 동안 헷갈리게 만들면서 약간 소름도 돋았다. 영화 내내 엄마의 보호와 통제 아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지막쯤에 가서는 오히려 그가 엄마를 통제해왔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현실에서 종종 봐왔던 모습이기도 해서 씁쓸했다.

 

그래서 영화를 영화로만 본다면 연기하나만으로도 대작이라 할 수 있고 무척 재미있으나 망가진 엄마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보는 내내 힘들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지적장애가 된 것 같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모든 것이 도준에게 맞춰져 있는 그녀의 행보는 어리석고 처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도 그것을 깨닫지만 애써 덮고 앞으로도 계속 그 삶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