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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 - 생생하게 표현된 서글픈 쓸쓸함

by qkekquf 2022. 6. 28.

영화 우리들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힘을 행사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어린아이들의 세계는 굉장히 치열하고 먹먹하다. 또한 그것을 담아낸 어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놀라웠다.

 

영화-우리들-포스터-봉숭아-꽃에-둘러-쌓여-있는-두-소녀
영화 우리들

서로가 간절한 우리들

영화 우리들은 피구를 하기 위해 아이들이 편 가르기를 하며 자신의 팀이 될 친구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선이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길 간절히 기다리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남게 된다. 이 첫 장면에서 선이의 표정이 한참 클로즈업되는데 간절함과 좌절감 그리고 끝까지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된다는 다짐 같은 것이 느껴져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첫 장면에서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어른들의 눈에서 바라봤을 때는 단순하고 평화롭게 보이던 어린아이들의 세계가 이 정도로 힘들 수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선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는 상황상으로 보면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선이를 괴롭히는 것은 누구보다 더 간절히 친구를 원한다는 것이다.

 

비록 자신을 따돌리는 친구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은 바람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약점을 지닌 선이는 당번인 친구 대신 청소를 대신하기도 한다. 선이를 주로 따돌리는 친구인 보라는 자신의 생일파티에 초대하는 척하면서 청소를 시키고 다른 주소를 알려준다. 그런데 상심한 선이 앞에 지아라는 전학생이 나타난다.

 

선이와 지아는 여름 방학 내내 단짝이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족들과 단란하게 살지만 가난한 선이와 달리 지아는 부유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해서 늘 엄마를 그리워한다. 지아는 선이네 집에서 일주일간 머무르게 되고 함께 김치볶음밥도 해 먹고 봉숭아 물도 들이게 된다. 그리고 지아는 자신의 부모님이 이혼한 얘기를 선이에게 들려주고 둘은 함께 바닷가에 가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두 주인공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긴다. 선이가 지아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엄마에게 오이 김밥을 해달라고 조른다. 그 과정에서 두 모녀는 가벼운 스킨십과 정을 나누는데 그것을 본 지아가 기분이 상한 것이다. 지아의 그때 심정은 배신감 비슷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후 지아는 선이가 갖지 못한 부를 내세워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고 영문을 모르는 선이는 속상해하지만 둘은 결국 멀어진다.

 

게다가 지아는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선이를 가장 괴롭히던 보라와 단짝 친구로 지낸다. 선이는 엄마의 돈을 몰래 가져고 나와서 지아의 생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가는데 다른 친구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대놓고 앞에서 선이에게 핀잔을 주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는 것은 괴로웠다.

 

선이는 지아에게 지속적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그때마다 오해가 생겨 둘의 관계는 더 틀어진다. 그리고 보라와 지아의 관계에도 금이 간다. 선이는 우연히 만난 보라에게 자신도 모르게 지아의 약점을 얘기하고 만다. 보라는 선이가 전한 말을 이용해서 더욱 지아를 공격한다. 지아 또한 선이의 험담을 아이들에게 하고 둘은 결국 폭발해서 해서는 안될 말들을 하며 크게 싸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선이는 잠들어 있는 엄마 대신 김밥을 싸면서 윤이에게 친구가 때리면 다시 때려야지 왜 노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이는 자신은 놀고 싶어서 계속 싸울 수만은 없다고 한다. 다음 날 선이는 피구 시합 때 예전의 자신처럼 금을 밟았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 지아의 편을 들어준다. 그리고 둘은 약간은 떨어져서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씁쓸함

영화 우리들을 보는 내내 애써 초등학교 시절 비슷한 감정을 끌어올려 보려고 노력했는데 딱히 떠오르진 않았다. 아마도 친구에 대해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진 않아서 상처도 덜 받았던 것 같다. 그래도 자잘한 에피소드나 상처들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 당시에는 지금에 와서는 별거 아닌 걸로 가슴이 뛰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구 시합 때 누구보다 긴장했던 어린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선이처럼 내가 호명되기를 바란 건 아니고 어떻게든 공을 안 맞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제 잘 지냈던 친구가 오늘 갑자기 말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사소하지만 그때는 대단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영화 우리들에 나오는 아이들의 소모적이고 복잡한 관계가 어른이 되었다고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돌이켜보면 대수롭지 않은 일들로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틀어져서 마음이 되돌아왔음에도 결국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기 어려웠던 경험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영화 우리들은 아쉬운 관계들에 대한 기억도 떠오르고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인 만큼 옛 추억도 떠올라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쓸쓸해진다. 아쉽게 잃어버린 관계가 생각나서 마음이 쓰리기도 하다. 그리고 치열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좀 더 힘이 돼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 관계를 치열하게 형성하던 그 시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 어린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가 먹먹하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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