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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더 - 특별한 기억의 관점 안소니 홉킨스가 열연한 영화 '더 파더'를 뒤늦게 봤다. 진작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이 영화는 치매환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나이가 같은 주인공을 연기하는 안소니 홉킨스의 모습에 무서울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더불어 부모나 조부모, 또는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서 씁쓸했다. 더 파더 / The Father, 2020 감독 : 플로리앙 젤러 주연 : 안소니 홉킨스(안소니 역), 올리비아 콜맨(앤 역)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기억들 영화 더 파더의 주인공 안소니는 자신의 집에서 외롭지만 평화로운 날들을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 진행되면 딸 앤이 아버지의 간병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안소니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2022. 6. 17.
파이란 - 죽음 이후 찾아온 사랑 2001년 개봉한 영화 파이란을 20년이 지나서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들이 떠올랐다. 과거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후회의 감정도 떠오르는데 파이란에서 강재의 마음 또한 이미 죽은 아내에 대한 뒤늦은 애틋함이기에 굉장히 공감이 갔다.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는 떠난 누군가에게 이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 많은 삼류 건달 강재 영화 파이란의 주인공 강재는 나이가 들어서도 삼류 건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스가 된 자신의 친구 밑에서 일할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 직업은 삼류 건달이지만 정이 많아서 가게에 수금하러 가서도 강하게 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어느 날 보스가 다른 구역 건달과 싸우다가 큰 사고를 .. 2022. 6. 16.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죄책감이 더해진 슬픔의 모습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슬픔을 담담하지만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매개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겪는 아픔과 그것을 애써 누르지만 여실히 느껴지는 그 슬프고 쓸쓸한 정서는 보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불쑥불쑥 등장하는 기억들은 표현을 억누르는 주인공의 마음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건조한 슬픔을 간직한 리 챈들러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평화로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바다에 유유히 떠있는 배에 리와 조, 그리고 어린 패트릭이 장난을 치는 장면이다. 그다음에는 도시에서 잡역부로 일하는 리의 모습이 나온다. 리는 네 채의 건물을 맡고 있는데 전등 갈기, 쓰레기 버리기, 눈 치우기, 막힌 변기 뚫기 등 하루 종일 별다른 말없이 일만 한다. .. 2022. 6. 14.
팬텀 스레드 - 흉내낼 수 없는 둘만의 사랑 영화 팬텀 스레드는 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처음에는 이게 과연 사랑일까라는 물음을 내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연인이 나오는데 그들의 사랑은 이상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랑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독특한 사랑의 방식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예술 자체의 영화로서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 영화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레이놀즈, 일의 일부인 그의 사랑 레이놀즈는 1950년대 런던에서 유명 배우나 부유층의 드레스를 주문 제작하는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이다. 일상의 모든 환경과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위해 세팅되어 있는 듯 모든 것이 자신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익숙하다. 레이놀즈가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켜낼 수 있는 것은 그의 누나 시릴의 역할이 커.. 2022. 5. 9.
밀양 - 너는 모른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봤다. 워낙 유명하고 오래된 영화라 분명 본 적이 있는 것 같고 대충의 줄거리도 알지만 그동안은 집중해서 본 적이 없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큰 고통을 겪고 난 여주인공의 변화가 어떻게 표현되었나에 집중하면서 봤는데 보고 나니 멍해졌다. 내가 느끼기에는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것도 종교에 대한 것도 아닌 고통 그 자체를 표현한 것 같다. 듣던 대로 이미 알고 있던 대로 두 주인공의 연기는 신기할 정도로 대단했다.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알 수 없음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를 어떻게 전도연은 그렇게 연기할 수 있나 싶었다. 주인공의 고통을 이해한 것을 넘어서 아이를 잃어서 어찌할 줄 모르는 고통 그 자체를 제대로 보여준 듯하다. 밀양에 오다 신애는 남편을 떠나보낸 후 아들 준을 데.. 2022. 4. 22.
조커 - 가치없는 삶도 있을까 영화 조커를 오랜 망설임 끝에 봤다. 보기 힘든 장면이 있을 것 같은 영화는 잘 못 봐서 한창 화제가 되었을 때도 보기를 피했었는데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용기를 내서 보았다. 일단은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느낌으로만 봤을 때는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처럼 많이 슬프고 먹먹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아서에게 친절할 수 없었을까?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힘이 없고 만만해 보이는 아서를 주변 사람들이 괴롭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1980년대 고담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조커의 초반 주요 이미지는 어두운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는 주인공과 그 주변에 있는 쓰레기들이다. 광대 분장을 하는 아서는 웃는 연습을 하고 있지만 우는 것 같다. 망하기 직전의 레코드샵의 행사를 하는 아서를 동네 불량한.. 2022. 4. 19.
브로큰백 마운틴 - 계속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을 개봉한 지 20년 가까이 지나서야 보게 되었다. 2005년 개봉 당시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였는데 이제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뭉게구름 아래 거대한 산맥을 말을 탄 두 사람이 수많은 양들을 몰고 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비록 작은 화면이지만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 공간은 둘의 애절한 사랑의 배경으로 너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이안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그의 또 다른 영화 색계만 놓고 보더라도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 예전 서부 영화에서나 보았던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을 타며 양 떼들을 모는 그 장면 하나로도 이 영화의 정체성은 충분한 것 같다. 물론 드라.. 2022. 4. 17.
오만과 편견 - 사랑의 정석 오만과 편견은 책과 영화 모두 몇 번을 봐도 설레고 재미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여기에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다아시는 오랫동안 나에게는 이상형의 모습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볼 때마다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진실하고 완전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사실 특별할 것 없지만 진짜 사랑을 향해 가는 그 여정에서의 오해와 편견, 오만함까지도 모두 설렘의 과정으로 느껴졌다. 사랑은 정말 저렇게 마법처럼 찾아오는 것일까 싶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영화는 사랑의 정석처럼 보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만과 편견 / Pride & Prejudice, 2005 감독 : 조 라이트 주연 : 키이라.. 2022.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