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 - 영원할 그리움과 아쉬움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자전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영화다. 감독 자신의 어머니를 떠나보내드리고 이전에 계획했던 가족에 대한 영화를 본격화하여 제작되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자연스럽고 따뜻하면서도 현실이 많이 투영된 작품으로 다가왔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족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감정이 이 영화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걸어도-걸어도

그리움과 아쉬움 속에서도 계속되는 인생

영화 걸어도 걸어도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느낌의 가족영화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살던 어린 시절을 지나 각자의 인생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가족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어린 시절에는 지극히 일상으로 존재했고 시간이 지나 잊고 지낸 가족과의 추억이 특별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영화 또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특별하게 느껴진다.

 

가족들은 준페이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 매년 여름 고향집에 모인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먹일 요리를 하는 어머니의 손놀림이 바쁘다. 먼저 도착한 이 집의 딸 둘째 지나미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어머니와 요리를 한다. 그리고 막내 료타는 아내, 의붓아들과 함께 고향집으로 향한다.

 

료타는 남편과 사별한 아내와 결혼을 했는데 그 때문인지 가족들과의 모임이 즐겁지만은 않다. 또한 자신이 실직 상태인 것도 숨기려 한다. 료타에게는 그저 편하기만 한 고향집이 아닌 듯한데 특히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실 흔히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집에는 큰 아픔이 있는데 첫째이자 료타의 형인 준페이는 바닷가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살아나지 못했다. 이미 10년이 지난 일이지만 가족들에게는 아물지 않은 큰 상처로 남아있다. 키키 기린이 연기한 어머니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세속적이며 적당히 친절하고 적당히 독설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어머니의 말에 료타의 아내는 상처를 받기도 한다.

 

또한 예전에 유능한 의사였던 아버지는 아직도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집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진료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버지는 특히 료타와의 사이를 불편해하지만 둘 다 마음속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 중에 기억나는 것은 옥수수튀김이다. 그 요리를 매개로 아버지까지 즐거웠던 추억이 담긴 이야기에 참여하기도 한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는 딸 지나미의 아이 둘과 료타의 아들인 아츠시가 나온다. 아츠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으나 아닌 척하는 말이 없는 아이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내내 가족들의 모습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역할을 한다.

 

영화 걸어도 걸어도에는 가족들 외의 다른 인물이 준페이를 기리기 위해 방문한다. 바로 준페이가 살려준 청년으로 이제는 25살의 사회인이 되었다. 굉장히 큰 등치의 요시오는 가족들과 있는 동안 내내 땀을 흘리고 힘들어 보인다. 그리고 서둘러 준페이에게 예를 갖추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는 내년에도 꼭 와달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제 그 청년을 그만 오게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료타의 말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은 다소 충격적이지만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이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죽은 것을 견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수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가족들은 짧은 일정 동안 식사를 함께 하고 수박을 먹고 앨범을 보며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향집에 다 같이 모여있는 순간도 왠지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각자의 인생에서 잠시 함께 하기 위해 모였지만 예전의 동질감은 다시 찾을 수 없는 느낌에 나의 가족이 생각나서 씁쓸하기도 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세월이 흘러 료타가 딸까지 함께한 가족을 데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묘지에 들르는 모습이 나온다. 결국 료타는 아버지와 축구장에 함께 가지 못했고 어머니를 차에 태워드리지 못한 채 떠나보내드렸다고 하는데 담담하게 표현된 안타까운 아쉬움이 내게도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

 

걸어도 걸어도, 2008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아베 히로시(요코야마 료타), 나츠카와 유이(유카리), 유(지나미), 키키 키린(요코야마 토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