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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 스레드 - 흉내낼 수 없는 둘만의 사랑

by qkekquf 2022. 5. 9.

팬텀스레드-영화-포스터
영화 팬텀 스레드

영화 팬텀 스레드는 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처음에는 이게 과연 사랑일까라는 물음을 내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연인이 나오는데 그들의 사랑은 이상적으로 말하는 사랑이랑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독특한 사랑의 방식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예술 자체의 영화로서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난 후 영화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레이놀즈, 일의 일부인 그의 사랑

레이놀즈는 1950년대 런던에서 유명 배우나 부유층의 드레스를 주문 제작하는 유명한 의상 디자이너이다. 일상의 모든 환경과 사람들이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위해 세팅되어 있는 듯 모든 것이 자신 위주로 흘러가는 것에 익숙하다. 레이놀즈가 이렇게 자신의 영역을 철저하게 지켜낼 수 있는 것은 그의 누나 시릴의 역할이 커 보였다.

 

레이놀즈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재혼을 위한 드레스를 처음 만들면서 드레스 만들기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었고 그때 누나 시릴이 바느질을 도와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드레스를 시작으로 그만의 삶의 패턴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나 채워지지 않은 욕구와 불안을 일에 열중하며 해소하는 삶을 살았고 그것이 흐트러지는 것을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는 사랑에 관해서도 철저하게 자신의 영역의 일부로 분리하는 삶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연인들도 그의 예술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일상의 일부로 거슬리지 않게 존재해 주길 바라는 듯하다. 시릴은 그런 레이놀즈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그가 디자인에 몰두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주변을 정리해 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놀즈는 우연히 식당에서 일하는 알바를 만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첫눈에 반하는 설정으로 되어 있는데 팬텀 스레드의 모든 장면이 그렇듯이 호들갑스럽지는 않다. 그는 알마에게 복잡한 주문을 하고 그녀가 적은 종이를 도로 가져간다. 그리고 다시 주문한 음식을 가져온 그녀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제안하는데 알마가 바로 흔쾌히 승낙함으로써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알마, 전부의 사랑을 원한다

알마는 레이놀즈가 그동안 겪어왔던 모든 사람들과 다르다. 그녀는 레이놀즈의 다른 일상들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방해가 안되게 있다가 그가 필요할 때만 나타나는 존재로 있기를 거부한다. 처음 만남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그녀는 그의 방식대로만 사는 것을 거부한다.

 

그녀는 레이놀즈가 디자인한 옷의 모델을 하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역할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간혹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상황에 닥치면 좌절하거나 받아들이는 것 대신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를 이끌어가려고 한다.

 

알마는 그녀가 레이놀즈의 삶의 방식에 맞춰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녀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것에 큰 거부감을 드러낼수록 더욱 자신의 영역을 강하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그리고 알마가 택한 방식은 극단적인 것으로 레이놀즈를 일부러 아프게 해서 그녀에게 의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알마의 가학적인 사랑의 방식이 통할까 싶었는데 레이놀즈는 그녀의 극단적인 사랑에 너무 잘 맞아서 오히려 그에게 득이 되는 사랑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은 가학적이면서도 열정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사랑

영화 팬텀 스레드를 보면서 예상과는 계속 다르게만 흘러가서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가져서 우위에 있어 보이는 남자 레이놀즈와 그에게 선택된 여자 알마의 사랑과 이별쯤으로 영화가 전개되려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각기 다른 성향과 사랑의 방식을 가진 두 남녀가 만나서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듯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사랑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원래의 레이놀즈의 성향대로라면 알마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받아들이는 것도 신기했다.

 

영화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우리의 감정, 특히 사랑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너무나 절제되어 있어서 보는 내내 둘이 사랑하는 거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레이놀즈와 알마처럼 서로가 망가지는 것을 감수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의 의미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팬텀 스레드 / Phantom Thread, 2017

감독 : 폴 토마스 앤더슨
주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레이놀즈 우드콕), 빅키 크리엡스(알마)
출연 : 레슬리 맨빌(시릴 우드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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