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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 그리운 그 시절

by qkekquf 2022. 6. 20.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1991년 작품으로 우리나라에는 훨씬 늦게 개봉되었다. 기억하기로는 그때 당시 일본 영화 자체가 개봉이 안되던 시기라서 영화 파일이 있는 서버에서 다운로드하여서 봤던 것 같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회사원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처럼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추억은-방울방울-포스터-주인공의-성인의-모습과-어린시절의-모습
추억은-방울방울

추억은 방울방울, 1991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주연 : 이마이 미키(타에코 역), 야나기바 토시로(토시오 역)

타에코와 함께 되살아나는 추억들

애니메이션 추억은 방울방울은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았을 당시를 생각하는 것으로도 너무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이 든다. 주인공 타에코는 현재 27살의 어른이 되어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5학년 때를 계속 떠올린다. 5학년 때 시골을 동경했으나 갈 시골이 없어서 아쉬워하며 방학을 보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니메이션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 시골을 동경하던 타에코는 여름휴가를 맞아서 형부의 시골집에 다녀오기로 한다. 시골을 가는 길에 타에코는 5학년 때의 추억을 수시로 떠올린다. 할머니와 단둘이 온천에 갔다가 졸도했던 일, 생전 처음 가족들이랑 파인애플을 먹게 된 일이 먼저 떠오른다. 파인애플을 처음 먹게 된 가족들은 먹는 방법을 몰라서 며칠이 지나서야 적게 되는데 생각보다 맛있지 않아서 실망했었다.

 

타에코는 언니들이 남긴 파인애플까지 다 먹게 되는데 그때 나오는 음악이 재미있었다. 미대 1학년 큰언니와 고등학생 작은 언니, 비틀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타에코의 5학년 때는 1960년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대의 초등학교 풍경이 그렇게 낯설지 않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특히 5학년 학교에 대한 기억 중에 히로타라는 야구를 잘하는 남자애가 타에코를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다. 히로타는 타에코가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나타나서 비 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날을 가장 좋아하냐고 묻고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설렘을 느낀다.

 

그리고 시골에 도착한 타에코는 마중을 나온 토시오를 만나게 된다. 홍화를 따러 온 타에코는 자연스럽게 토시오와 홍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또한 농업과 대도시에서의 일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면서 홍화 밭에 도착한다. 홍화 밭에 도착한 타에코는 일할 복장으로 갖춰 입고 즐겁게 홍화를 따기 시작한다. 노란색 홍화는 산화되어 붉은색 염료가 되는데 그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시골집 딸이 푸마 운동화를 사달라고 엄마에게 조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와 함께 타에코의 5학년 때의 일이 떠오른다. 타에코는 에나멜 핸드백이 가지고 싶었으나 자존심 때문에 언니의 것은 안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발단이 되어 계속 고집을 부리다가 아빠에게 빰을 맞았던 일을 떠올리기도 한다.

 

추억은 방울방울은 타에코의 시골 생활과 함께 5학년 때의 추억이 계속 함께 한다. 특히 타에코는 토시오와 대화를 하던 도중에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린다. 분수 나누기가 어려웠던 기억, 학예회 때 마을 아이 역으로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던 기억 등이다.

 

시골 풍경에 대해 감탄을 하는 타에코에게 토시오는 이 경치는 모두 농부가 만든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토시오는 타에코에게 다양한 경험을 조금씩 할 기회를 준다. 도시로 돌아가기 전날 시골이 좋다는 타에코에게 할머니는 토시오와 결혼하여 시골에 정착할 것을 권한다.

 

농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 본 일이라서 타에코는 놀라서 그 자리를 떠나서 밖으로 나온다. 철없이 시골을 동경했던 일과 잘 알지도 못하는 농사일을 흉내 냈던 일, 아무런 각오도 되어있지 않았던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길을 걷는데 아베라는 아이가 떠올랐다.

 

토시오는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타에코를 발견하고 차에 태워준다. 그리고 타에코는 어린 시절 가난하고 더러웠던 아베를 싫어했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토시오에게 들려준다. 타에코는 자신이 아베를 싫어했던 것에 죄책감을 항상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뜻밖에 토시오는 아베가 타에코를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타에코는 토시오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다음 날 타에코는 도시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가던 중에 마음을 돌려서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토시오가 그녀를 데리러 오고 둘은 재회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때 5학년 때의 타에코와 친구들이 계속 따라다니는데 나무 막대기로 만든 우산 모양의 형상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아이아이가사란 것으로 우산을 같이 쓴다는 일본어라고 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한없이 그리워지는 어린 시절

추억은 방울방울은 감상하는 사람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를 것 같다. 어린 시절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는 파인애플을 먹는 장면이 웃기고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그저 재미있을 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진 않았다. 옛 시절을 추억할 어른이 아니라 아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몇십 년이 지난 이제 와서 다시 보니 이 작품을 봤던 그때의 어린 내 모습과 가족들이 떠올라서 그리운 마음이 들었다. 작품 속에서 타에코는 5학년 때의 추억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되었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너무 아련하고 그리운 추억일 뿐이라서 더 그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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