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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더 - 특별한 기억의 관점

by qkekquf 2022. 6. 17.

안소니 홉킨스가 열연한 영화 '더 파더'를 뒤늦게 봤다. 진작 보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이 영화는 치매환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나이가 같은 주인공을 연기하는 안소니 홉킨스의 모습에 무서울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더불어 부모나 조부모, 또는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어서 씁쓸했다.

 

더-파더-포스터-남자주인공과-여자주인공의-모습
영화 더 파더

 

더 파더 / The Father, 2020
감독 : 플로리앙 젤러
주연 : 안소니 홉킨스(안소니 역), 올리비아 콜맨(앤 역)

안소니의 혼란스러운 기억들

영화 더 파더의 주인공 안소니는 자신의 집에서 외롭지만 평화로운 날들을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조금 진행되면 딸 앤이 아버지의 간병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안소니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앤은 연인과 파리로 이주해서 살 것이라고 아버지에게 말한다.

 

안소니가 평화롭게 자신의 집에 있는 동안 인기척이 느껴져서 보니 낯선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 낯선 남자는 앤의 남편 폴이라고 하고 안소니는 딸은 이혼했고 곧 파리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 남자는 앤을 부르는데 낯선 여자가 집에 들어온다.

 

조금 후 안소니의 기억 속 딸 앤이 나오고 새 간병인 로라를 소개해 준다. 안소니는 로라가 둘째 딸 루시와 닮았다며 호감을 느낀다. 또 앤의 애인 폴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도 하지만 다시 딸의 남편이라고 했던 남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안소니는 자신의 집이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딸의 집이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그곳은 어느 순간 병원으로 바뀐다. 그리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간 곳에는 둘째 딸 루시가 사고로 다쳐서 누워 있다. 또한 새 간병인 로라는 잠깐 딸 앤 이라고 나왔던 낯선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 안소니는 간호사 캐서린과 요양원에 있게 되는데 앞선 내용들은 치매 증상으로 뒤죽박죽 된 그의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안소니는 결국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에 아이처럼 울며 엄마를 찾고 그를 달래주는 간호사 캐서린의 위로를 받는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영화 더 파더를 다 보고 나서도 과연 안소니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린다. 딸 앤이 파리를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로라는 실존 인물인 듯했다가 나중엔 나타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단편적인 기억들과 관계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점점 더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이 슬프기보다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이 우선 와닿았는데 이 영화를 보니 치매 당사자의 고통은 두려움과 혼란스러움 그 자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연기를 너무 리얼하게 해낸 배우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또한 사랑하는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가끔은 상처를 주는 말을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버지를 간호해야 하는 딸의 마음과 자신의 일상을 지켜야 하는 두 가지 길에서 고뇌하는 모습도 공감이 갔다.

 

아버지 안소니와 딸 앤의 모습 중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서로를 어루만져 주는 장면이었다. 평소에는 간병인 문제 등으로 티격태격했지만 자는 아버지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딸과 앤이 눈물을 흘리자 닦아주는 안소니의 모습, 또 앤이 자신 때문에 남자 친구와 다투자 딸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안소니의 모습이었다.

 

세상에 많은 사랑이 있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 자식 간의 사랑만큼 아프기도 하면서 믿음이 가는 사랑이 있을까 싶다. 영화 더 파더는 보는 내내 부모 또는 조부모의 모습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작품인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변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사실을 와닿게 해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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