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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 - 죽음 이후 찾아온 사랑

by qkekquf 2022. 6. 16.

2001년 개봉한 영화 파이란을 20년이 지나서야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들이 떠올랐다. 과거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후회의 감정도 떠오르는데 파이란에서 강재의 마음 또한 이미 죽은 아내에 대한 뒤늦은 애틋함이기에 굉장히 공감이 갔다.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는 떠난 누군가에게 이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이란-포스터-최민식이-장백지를-안고-있는-모습
영화 파이란

 

정 많은 삼류 건달 강재

영화 파이란의 주인공 강재는 나이가 들어서도 삼류 건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보스가 된 자신의 친구 밑에서 일할 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 직업은 삼류 건달이지만 정이 많아서 가게에 수금하러 가서도 강하게 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무시를 당한다.

 

어느 날 보스가 다른 구역 건달과 싸우다가 큰 사고를 치고 만다. 그리고 친구였던 보스는 강재에게 죄를 대신 뒤집어써주는 조건으로 배 한 척 살 돈을 마련해 주겠다고 한다. 강재는 고민 끝에 보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던 중에 아내의 부고 소식을 듣는다.

 

파이란이란 이름의 중국 사람인 아내는 예전에 강재가 돈을 받고 위장 결혼을 한 사람이었다. 서류 상 부부일 뿐 대화 한번 나눠보지 못한 사이다. 그리고 파이란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그녀의 사진, 인적사항 등을 접하며 기차를 타고 친한 후배 경수와 길을 떠난다.

 

삼류 건달을 사랑하게 된 파이란

파이란은 돌아가신 엄마의 말이 떠올라 친척이 있는 한국에 오지만 이미 캐나다로 떠나고 없었다. 중국에도 가족이 없었기에 한국에 정착하기로 한 그녀는 직업소개소를 찾아간다. 그곳에서 불법 체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강재와 위장 결혼을 하게 된다.

 

그때 강재의 빨간 스카프를 전해 받은 그녀는 그것을 계속 간직하게 된다. 경수는 파이란을 노래방에 소개해 주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일하기 싫었던 그녀는 자신의 입안을 깨물어 피를 토하는 척 연기를 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결국 파이란은 바닷가 시골 마을의 세탁소에서 일하게 되고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 하지만 외로웠던 그녀는 자신과 위장 결혼을 한 강재의 증명사진을 액자에 넣어서 방에 둔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강재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된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그녀의 사랑

강재는 기차 안에서 파이란의 인적사항을 외우다가 그녀가 쓴 편지를 읽게 된다. 편지에는 그녀가 강재에게 자신의 남편이 되어준 것에 고맙다는 얘기가 적혀 있다. 그리고 강재는 처음 보는 파이란에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가는 길에 예의를 갖추기 위해 양복까지 맞추게 된다.

 

경찰서에 도착하여 절차를 진행하던 중 강재는 형식적인 경찰의 태도에 울컥하며 화를 낸다.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끝을 낼 수 있냐고 화를 내다가 경수가 말려서 겨우 나오게 된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강재는 쓸쓸하게 놓여 있는 파이란의 사진을 보고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강재는 직업소개소 소장이 죽은 파이란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하는 것에 참지 못하고 소장을 발로 걷어차며 화를 낸다. 파이란의 유골을 안고 나오다가 그녀가 일한 세탁소에 들른 강재는 할머니로부터 파이란이 그에게 쓴 또 다른 편지를 전달받는다.

 

편지에는 파이란이 강재를 그리워하며 외로워했던 상황, 그를 향한 그녀의 사랑이 쓰여 있었다. 그리고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이 괜찮냐고 묻는 부분이 있었는데 강재는 결국 흐느껴서 울어 버린다. 인천으로 돌아온 강재는 보스에게 감옥에 가지 않고 그냥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짐을 싸던 강재는 파이란이 바닷가에서 찍은 비디오를 보게 되고 그녀의 노래 부르는 모습을 울면서 보게 된다. 그리고 보스의 지시로 몰래 다가온 누군가의 공격을 받게 되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비디오 속 파이란의 모습을 바라본다.

 

순수함 앞에서 무너지는 감정

파이란도 강재도 서로 만난 적이 없는데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이 영화를 보다 보면 공감이 될 뿐만 아니라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슬퍼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만난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그 마음은 얼마나 외로웠던 마음일까 싶어서 애틋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죽은 아내를 사랑하게 된 강재의 후회와 답답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죽은 사람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안타깝고 화 나는 심정이 영화 내내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만날 수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며 비디오 속 파이란의 모습을 보며 결국에는 자신도 따라가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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