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버드 -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

2017년에 제작된 영화라니 코로나 전의 그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 같은 영화라서 나의 사춘기 시절이 떠오르면서 더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오랫동안 영화와 거리를 두며 살았던 나로서는 '레이디 버드'를 보면서 익숙한 배우는 티모시 샬라메뿐이었는데 굉장히 시크하게 나와서 반전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레이디-버드

 

레이디 버드 / Lady Bird, 2017

감독 : 그레타 거윅
주연 : 시얼샤 로넌(크리스틴'레이디버드'맥퍼슨)
출연 : 로리 멧칼프(엄마/매리언 맥퍼슨), 트레이시 레츠(아빠/래리 맥퍼슨), 루카스 헤지스(대니 오닐), 티모시 샬라메(카일 세이블), 비니 펠드스타인(줄리 스테펀스)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

영화 '레이디 버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나로서는 만화 제목과 같은 이 영화의 제목이 단어로서는 낯익으면서도 영화 제목으로서는 낯선 느낌이었다. 그런데 '레이디 버드'는 바로 주인공이 부모님이 지어준 원래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지어준 예명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의 이름은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피어슨이다.

 

영화의 배경은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새크라멘토라는 곳인데 레이디 버드는 늘 그곳을 떠나고 싶어 한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레이디 버드의 성격은 금방 드러나는데 차 안에서 엄마의 잔소리에 대한 반항으로 달리는 차에서 떨어지는 것에서부터였다. 나도 차 안에서 잔소리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실천은 꿈도 못 꿨는데 영화라서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는 차도 없고 팔만 다쳤다.

 

레이디 버드가 차에서 뛰어내리면서까지 온몸으로 잔소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서 엄마의 잔소리는 이제 없어지려나 했는데 이것도 영화라서 그런 것인지 그렇지는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레이디 버드의 성장 영화이면서 엄마와 딸의 성장 영화처럼 느껴졌다. 엄마는 딸을 너무 아끼고 사랑해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딸에게만큼은 절대 쿨할 수 없어 보였고 레이디 버드는 그냥 방법 없는 절정에 다다른 사춘기 소녀로 보였다.

 

절정에 다다른 감정과 불만,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을 보면서 난 왜 저 나이때에 그러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현재 무엇을 느끼는지 거침없이 표현해도 되는 나이라서 부러웠다. 어른이 되고 나면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훨씬 무거워지니까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레이디 버드는 단짝 친구 줄리와 연극 활동을 시작하고 그곳에서 대니라는 낭만적이고 온화한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된다. 둘은 누워서 별을 보면서 별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니가 남자화장실에서 남자 친구와 키스하는 것을 레이디 버드가 보게 되면서 연인으로서의 관계는 끝이 난다. 그리고 나중에 대니가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자신의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며 심적 고통을 레이디 버드에게 털어놓으면서 둘은 좋은 친구로 남게 된다.

 

레이디 버드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카일이랑 첫인사를 하게 되고 둘은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쯤 카일이랑도 친분이 있는 제나라는 친구와 친해지면서 단짝이었던 줄리와는 멀어지고 연극에도 불참하게 된다. 레이디 버드는 카일과 제나 일행과 잠시 친하게 지내지만 카일은 레이디 버드와는 다르게 열정적이지도 않고 진심은 빼놓고 다니는 듯 시크해 보이기만 하다.

 

결국 레이디 버드는 자신이 그들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줄리에게 돌아가서 화해하고 둘은 함께 졸업 무도회에 간다. 졸업식 후에 레이디 버드는 엄마 몰래 뉴욕에 있는 대학교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은 한참을 냉전 상태로 지낸다. 결국 레이디 버드는 뉴욕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하지만 엄마는 공항에서 딸과 작별 인사하는 것도 처음에는 거부하고 뒤늦게 돌아오지만 만나지는 못한다.

 

아빠가 레이디 버드 가방에 엄마가 딸에게 전하지 못한 편지를 몰래 넣어두고 그것을 레이디 버드가 읽게 된다. 그녀는 갑자기 학교 파티에서 '레이디 버드'를 뺀 본명 '크리스틴'으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과음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나온 날, 집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심경변화가 담긴 음성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 '레이디 버드'는 결국 주인공이 파란만장했던 성장통을 극복하고 성숙한 생각과 말들을 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의 돌발 행동이나 괴상한 에피소드들이 불안하기보다는 재미있고 왠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혼란과 무질서와 상처와 성장통이 거름이 되어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레이디 버드의 매력적인 성장영화이다.